20161021_그림체

그림은 눈-뇌-손이 모두 작용하는 활동이다. 그래서 그림에 있어서는 잘 관찰하는 것도, 잘 판단하고 계획하는 것도, 잘 옮겨 그리는 것도 모두 중요하다. 


그림체는 그린이가 시각적 요소들을 정보화해서 처리(표현)하는 과정을 특정코드로 양식화하여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이러한 정보처리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림체를 바꾸는데에는 단순히 '다르게 그린다'정도가 아니라 '다르게 생각한다'가 필요하므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자신의 정보처리 과정에 대한 관찰도, 또 그것을 아예 다른 시점으로 바꿔 조절하고 손이 그것을 내놓게끔 만들기까지 상당한 연습도 필요하다. 코드를 조합하여 스타일링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그림체를 만들거나 접근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그림체는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기준선이 있을 때 그걸 부수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도 더 쉽다. 따라서 그냥 잘 그리는 사람이면 뭐든 잘 그리는게 아니라 한 가지 기준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그 기준선으로 다른 기준선을 접근하기에 상대적으로 좀더 쉬운 것일 뿐이다. 


역으로 다양한 그림체를 연습한다는 것은 상업미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넓어진다는 것 외에 다르게 볼줄 아는 법을 훈련시키는 의미도 가지게 된다. 내가 아는 A라는 정답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B, C, D라는 정답이 어떤 과정에서 도출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느낌에 더 적합한 방식을 조합해서 쓰기 유리해진다. 단순히 비슷해 보이도록 따라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를 각 요소별로 세세하게 역으로 추적하여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그림체를 바꾸라거나 다르게 표현하라고 얘기할 때 어려운 점이 이 부분이다. 결국은 '다르게 그려라'라는 말은 '당신의 생각과 눈을 바꿔라'라는 말인지라, 서로 답이 없는 얘기가 되기 쉽다. 가능하다면 '다르게 보는 법'과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는 편이 가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