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38건

  1. 2009.08.17 고등학생 시절의 글들을 찾았습니다. 6
  2. 2009.08.14 달력을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군요. 2
  3. 2009.07.23 비가 오네요 6
  4. 2009.07.02 오뉴월에 감기 걸렸습니다. 6
  5. 2009.05.25 노무현 전 대통령 봉하마을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4
  6. 2009.03.10 4
  7. 2009.02.04 요즘은 방만한 생활 중
  8. 2009.01.14 서울에 검사하고 왔음

고등학생 시절의 글들을 찾았습니다.


짐정리를 하다가 보니 오래된 노트들과 연습장이 많기도 하더군요.
그 중에는 수업시간에 필기한 것들이나 수학 문제를 푼 것들도 있었지만 만화 스토리를 적어둔 노트도 있었고, 실제로 조금씩 작화를 해둔 것들이나 콘티들도 있었지요. 그리고 그 시절의 작문들도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글을 잘 적지 않지만... 그때만 해도 나름 제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것을 재미있어 했었습니다.
이래뵈도 고등학교에서 산문 문예창작 동아리 회장이었거든요. ㅋㅋ
물론 작문 실력이 아니라 선배언니들이 좋게 보아주신 덕에 맡은 자리였지만요.

여하간 그 시절에 적은 것들이나 그린 것들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그 시절, 청소년 특유의 냄새가 나거든요.
필요 이상으로 한 문제에 고민을 하기도 하고, 또 얼핏 비장하기도 하구요.
그때의 감성이 느껴지면서... 그러면서도 그 시기를 지나와버린 지금에 와 읽어보고 있자면 정말 풋내가 나서 웃음이 나네요.
그러면서도... 역시 저랄까. 어두운 건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구요. ㅋㅋ

내일, 아니 벌써 오늘이네요. 8월 17일에는 병원 때문에 서울에 갑니다.
(연락이 닿는 사람이 있다면 양꼬치라도 같이 먹고 싶은데... 주말이라 사람들도 메신져에선 보이질 않네요.)
괜히 17일 분의 포스팅이라고 치고 이 부끄러운 글들을 몇 개 올려봅니다.
읽으실 분들만 펴서 읽어주세요. 사실 저도 올리면서도 부끄러워서요 ㅋㅋㅋㅋㅋ






달력을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군요.


그림을 마지막으로 손댄 날짜를 세어보니 얼추 한 달이 가까이 되어가네요.
처음엔 몸이 안 좋은 걸로 시작하다가, 뒤엔 무기력을 동반해서 감정기복이 너무 심해져버린 탓에 좀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중간에 방을 옮기고 도배도 하고... 이것저것 짐정리를 해야 했어서... 이것저것 일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다 해결되었습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면 매우 기쁠텐데 아직 그렇진 못하네요.
바뀌려고 노력을 해도 다시 원점으로 번번히 되돌려지다보니 솔직히 조금 버거운 상태입니다.
중간중간 눈물이 나기도 하고, 울컥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되지도 않는 욕도 해봤다가 노래도 불렀다가...
원인이 있는 거 같기도 하지만 또 없는 거 같고 내 팔자인 거 같고...
누군가 구해줬으면 싶다가도 절대로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으면 싶기도 하고...
게다가 악몽시즌이 되돌아 왔는데...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나면 두통이 심해져서 아스피린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
웃기지만... 요즘에는 이상한 소리들도 귓가에 들리네요.
어떻게 생겼는지 알 바 없는 멍들은 사라지지도 않고...
짐정리를 하다가 찾아낸 타로카드로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물어보니 self-control을 잘 하라고 나오는데...
겨우 다시 시작한 작업을 아부지가 집 전체 퓨즈를 내려버리는 바람에 날려버리고선
그 뒤론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서... 이게 또 조절이 안되네요.
계속 울컥대는 뭔가가 있어서... 소리를 지르고 싶은데 막상 지르려고 하면 아무 소리도 안 나오고
왠만해서는 식욕이 사라지지 않는 사람인데, 요즘엔 밥 생각도 별로 없습니다.

정말 힘들긴 한데, 사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해결해줄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애저녁에 알고 있었고...
이런 얘기 꺼내봤자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지만
정말 아주 조금은 나아진 거 같아서, 입밖으로 꺼내고 나면 좀더 괜찮아질까 싶어 이렇게 지껄여봅니다.
다행인 건,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것 정도네요.
상황이 괜찮아지면 거짓말처럼 괜찮아질 거 같기도 한데... 그렇다면 이건 꾀병이라는 얘기가 되는 거겠죠 ㅋㅋ

여하간 손이 많이 답답해서 낙서를 해봤습니다.
삽화 알바를 빨리 마무리 짓고 원래 작업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가능하다면 내일부터 시작하려구요.



비가 오네요


친척 결혼식에 다녀온 뒤로 몸살인 건지, 더위를 먹은 건지 지쳐 쓰러져 기절상태였습니다.
3,4일을 그냥 날린 셈인데... 컨디션이 안 좋아서라곤 하지만 하던 일이 미뤄지는게 너무 짜증나고 화가 나더라구요.
오늘도 사실 거의 멍하니 그냥 보내버린 참이거든요.
그런데 저녁 먹을 겸 내려갔다가 마당에 잠시 나갔는데 때마침 비가 내리더라구요.
올해 첫 비는 아니지만, 더위에 지친 다락방 인생이다보니 오늘 내리기 시작한 비가 너무 반갑네요.
손을 뻗어서 팔에 묻은 빗방울들을 보다가 그대로 앉아서는 하늘을 올려다 바라봤는데,
사방에 빗소리와 흙내음이 가득했습니다.
태양의 열기를 품고 있던 시멘트 바닥은 빗방울이 부딪히자마자 찌르르-하고 벌레울음소리를 내고,
공사현장에 쓰이던 아버지의 플라스틱 통에 부딪히는 빗소리,
둥글레 잎줄기에서 나는 빗방울 소리,
동백나무 잎에서 나는 소리,
마당 건너편 세차장의 양철지붕에서 나는 소리 등 모두가 제각각 "나 여기 있어요"하는 것 같아서
꽤 오랫동안 그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아마 눈이 보이지 않았더라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날은 비오는 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비는 습한데 공기 중에 나는 흙냄새는 매우 메마른 그것이었습니다.
크리스챤 디올의 DUNE이라는 향수가 있습니다.
제가 향수를 모은다거나 평소에 향수를 뿌린다거나 하진 않지만, 언젠가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향이 있다면 저 DUNE이거든요.
첫 향은 싫지만 시간이 지나면 메마른 느낌의 향이 나는 것이, 마치 하늘과 같은 색으로 짙게 물든 붉은 사막이 연상되는 향입니다.
DUNE이 그야말로 고운 모래의 사막이라면 오늘 맡은 흙냄새는 마치 식물 줄기를 비틀었을 때 나오는 생즙같은 느낌이랄까요...
메말랐지만, 뭔가 날 것이라는 느낌에 쎄-한 것이 아마도 여름의 열기를 품고 있어서인 듯 합니다.
오늘 맡은 이 흙냄새도 듄 만큼이나 맘에 들었습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비오는 날은 수없이 있었지만, 흙냄새를 이렇게나 강렬하게 기억하게 한 날은 없었는데-
그래서인지 조금 기분이 좋아지네요.

(그래서 작업이 도대체 언제쯤 기분 좋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요, 흐흐... 정신차리게 야단 좀 쳐주세요...)

오뉴월에 감기 걸렸습니다.


살려주세요.. 머리가 띵함 ㅋㅋ
크로키야 계속 해왔지만... 손이 굳은 거 같음.
망할 놈의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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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7월이긴 하지만 6월 말에 걸린 거니까... 전 오뉴월에 감기 걸린 거고,
오뉴월에 감기는 바보도 안 걸린다고 했으니 전 바보보다 못하거나 더한 인간인가보죠orz
여하간 이렇게 말을 하고 앉은 이유는 거의 다 나은 상태여서 정신이 확 돌아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멍 때리면 모니터만 보고 있던 지난 며칠 간을 보내고 나니 손이 근질근질하네요.
날은 여전히 덥고, 코속은 여전히 감각이 없고, 주시력인 오른쪽 눈은 징-하고 아픈데
뭐 하루이틀 일이 아니게 되다보니 그러려니 하게 됩니다.
놀래서 쉬고, 감기 때문에 멍해서 쉬고, 감기 때문에 멍한 건 그래도 나아졌으니 뭐라도 해야겠죠.

사실 걍 하면 되는데 왠지 마음을 다 잡아야할 거 같아서 요렇게 주절대는 겁니다. 흐흐...
오늘도 그린 거 있으면 바로 올릴께욥.

노무현 전 대통령 봉하마을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어제 저녁, 미술입시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한 아이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가 그 아이가 봉하마을에 가보려한다는 말을 듣고, 저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대학 친구들 이승은과 정선아의 마음도 함께 가지고서
바로 오늘,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전방 3km가량에서 차량통제를 해서 그곳에서부터 걸어들어갔습니다.
검은 옷이 졸업식 때 입은 정장밖에 없어 블라우스셔츠만 흰 것으로 갖춰입은 뒤 구두를 신고 갔는데,
이 구두가 말썽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일 거라 예상을 했음에도 그 정도로 긴 행렬일 줄 몰랐고,
이 구두 바닥에 못이 튀어나올 줄 몰랐고,
햇빛이 이토록 뜨거울 줄 몰랐습니다.
결국 구두를 벗어들고 스타킹 한겹으로 감싸진 맨발로 2km 정도를 걸어갔습니다.
분향소 직전 약 10m정도에서부터 한 한시간은 기다린 것 같습니다.
결국 약간의 탈수 증세와 빈혈, 더위 덕분에 실신 직전까지 갔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저희가 서있던 줄의 차례가 되어있었습니다.
정신없이 헌화를 하고, 걷어올린 바짓자락도 내리지 못한 채 잠시 몇 초 간의 묵념, 상주들에 대한 인사를 하고 나와야만 했습니다.
영정사진의 은은한 미소조차 잠시밖에는 뵙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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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볕아래 누구하나 불평 입 밖에 내지 않고 묵묵히 서있는 사람들과
조작보도로 인해 쫓겨난 KBS취재진 및 조중동 기자들,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애기들의 눈과 몇 시간째 서있는지 모를 자원봉사자분들.
수행원들과 걸어가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저 멀리서부터 사람들에게 물세례와 욕세례를 받으며 걸어오던 김형오 국회의장.
신문지 한 장 차 앞유리에 붙여 더위를 피하던 언론사 기자들.
조문객 행렬 너머로 보이던 부엉이 바위.

말없이 태양아래 서있던 우리의 눈에 보이던 이 모습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지만, 무엇보다 어떤 가치판단도 이 앞에서는 쓸 데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끝까지 잘잘못은 가려내고 잘못은 바로잡아야할 일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말 잘못을 했는지, 현 정권의 문제가 뭔지, 누가 이 분을 몰아갔는지 이것저것 따지는 것들보다
지금 이 순간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며 모인 사람들의 마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난 자리에 모여든 이 군상들 자체가
그 무엇보다 가슴 깊숙이 남을 광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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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 분들이 나눠주시는 국밥과 수박은 차마 줄이 너무 길어 기다리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돌아나올 때는 도저히 맨발로도 걸을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 결국 SBS 기술팀으로 추정되는 분들의 차를,
이미 자리가 없음에도 자리를 만들어주신 덕에 감사하게도 얻어타고 큰 길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내려주신 곳에 편의점이 있어서 욕실슬리퍼를 하나 장만해 신고 걸어나와 감사의 뜻으로 음료수를 드리고 다시 좀더 걸어나왔습니다.
무지막지하게 쏟아내리는 비를 다른 조문객들과 함께 피하고, 그 비가 그치게 되는 한참 후에야
밀리는 도로에서, 차량통제되는 그 곳을 경찰분들을 설득하시면서까지 차를 몰고 와주신 친구의 부모님 덕분에
겨우 터미널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고,
마치 전투에 나가 심지어 패하고 돌아오는 기분이라던 친구의 말처럼 무지하게 지치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친구의 부모님께 초면에 그것도 엄청난 폐를 끼쳤지만,
게다가 지금 제 발은 콩알만한 물집들로 가득하고 심지어 발바닥까지도 물집으로 부풀어올랐지만,
그래도 그곳에 그 분을 뵙고 돌아온 것은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그 분의 죽음은 너무나 무겁고 슬프지만요.

봉하마을에 가는 저를 위해 이것저것 잘 챙겨주신 어머니와
자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찍지 않았었지만 그 사람만큼 우릴 위해 잘 한 사람은 없다시며 차비를 챙겨주시던 아버지와
현재 저질체력의 최고봉인 나를 짜증내지 않고 챙겨준 내 친구 재열이.
그래서인지 유독 더 감사함을 느낍니다.



내일부턴 저도 제 생활로 돌아가 열심히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 열심히 살고 돈을 벌어야 책을 사 보고 공부를 하고 좀더 깨어있는 인간일 수 있을테니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현 정권 관련 추이상황, 앞으로의 대한민국.
깨어있는 의식으로 제대로 지켜보고 싶습니다.

ㅈ기ㅏ렁ㄴ;ㅋ그ㅡㅊ아디ㅓㄱ3즟타ㅣㅓ리잠ㄱ딬트체ㅐㅑ320ㅐ38ㅕㅣㅏㅇ;ㅐㄹㄴㅌㅋ   사랑한다 소희야!!
(정신차려보니 그리고 있었음... orz 졌다.)


요즘은 방만한 생활 중

나름 건강한 생활을 하고자 결심하고 바뀐 낮·밤을 되돌리려 노력했드랜다.
계획상으로는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엄마와 함께 근처 각산을 오르고(왕복 1시간 가량)
8시 즈음해서 아침을 먹은 뒤 활기찬 생활을 시작하여
1시 점심, 6시 저녁을 먹고 사이 사이에 작업을 열심히 한 뒤 딱 밤 10시에 취침에 드는...
딱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생활말이다.
더군다나 여긴 날 유혹하는 여타 무언가들이 없으니 이 계획이 지장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했다.

각산에 오르기 위해 일어나야하는 시각 6시 반은 내가 정한 게 아니다.
엄마가 5식구(간만에 큰오라버니도 나도 다 삼천포 집에 머무는 중) 밥을 챙기고 가게 문을 열기 위해서는
딱 그 시간밖에는 없는 것이다. 엄마 스케줄에 맞췄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어무이는 고혈압에 형제분들이 딱 1분 빼고는 당뇨시고, 비만이시므로 함께 오르려 한 것인데...
내가 핸드폰 알람에는 절대 일어나지 못하지만 딱 두 가지, 철종(?) 시계와 엄마 목소리에는 나름 빨리 일어나는 편이라(아부지 목소리, 오라버니들 목소리로 넘어가기 시작하면 효력이 매우 떨어진다) 별다른 일이 없는 이상에는 이 것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건만 예상 외의 복병이 있었다.
뭐랄까... 이것에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할 지 매우 고민이 된다만, '어머니의 사랑을 앞세운 방치'라고나 할까...
간단히 말해 이 못난 딸내미를 좀더 재우기 위해 깨우질 않으시는 거다.
아놔... 어머니... 그건 사랑이 아니라 방치에요!!라고 울부짖고 싶으나 어쩌겠는가.
더 자라고 그러셨다는데.
내 생각에도 내가 딱 제 시간에 일어나던가-_-싶기도 하고... 다만 나를 깨워주던 그 알람 시계가 어느 박스에 들었는지 못 찾는 상황일 뿐이고.
여하간 그래서 딱 첫날에 산을 1/3쯤 오르다 내려온 것을 마지막으로 등산계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방만한 생활과 관련된 문제는 나의 취침시간에도 있다.
낮 동안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하기 위하여 나름 12시 이전에 자려고 노력 중인데, 밤에 아무리 일찍 자더라도 아침을 먹고 나면 또 잠이 오고, 점심을 먹고 나면 또 잠이 오는 거다.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있는 시간이 저녁 먹기 1시간쯤 전부터 해서 새벽 1,2시쯤까지인데... 아무리 밤에 자도 낮에 또 자게 되는 현상이 몇일이 지나도 유지되는 걸 보아하니 아예 그냥 낮·밤 바뀐 채로 살아가는 게 나한테 더 맞는 건가 싶고 그렇다.
잠은 아무리 자도 또 오고 또 오고- 마치 불면증이 수시로 덮쳐오던 그 때가 거짓말처럼 지금은 차라리 기면증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쏟아지고 있다.
잠이 조절이 안 된다니 참 뭐라 말하기도 그렇고, 힘들다고 하기도 그렇고, 그냥 그렇다.

그리고 설을 맞고 함께 놀던 유미가 부산으로 돌아가버린 이후 집 밖으로 거의, 아니, 방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고 있다. 물론 함께 놀 사람이야 은지도 있지만, 은지도 집 밖으로는 잘 안 나오는 편이니... 고의는 아니지만 밥을 먹을 때와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는 방에 머무는 편이다. 이건 계속 잠이 쏟아지는 기현상과도 관련이 있긴 하지만... 밖에 나갈 일이 없다고 해야하나. 원래 나는 보금자리에 자리를 틀고 앉아 그 곳에서만 편안함을 느끼는 편인데, 그래서 한 자리를 고르고 그 곳에서 필요한 것들을 갖추는 작업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방을 결벽증 걸린 사람처럼 모두 정리정돈해야만 한다거나 매우 깔끔하게 해놓고 누군가 어지르면 미친듯이 화가 나는 그런 성격이라는 건 아니다. 외부인이나 내 물건이 아닌 것이 들어와 있을 때 거부감을 느끼거나 허락없이 내 물건에 손댈 때는 화를 내긴 한다만... 여하간 뭐, 이렇게 지내고 있다보니 큰오라버니가 마치 히키코모리 돌입 직전에 있는 사람에게 충고하듯이 "제발 밖에 좀 나가라."라고 오늘 아침 먹을 때 말했다는 거다. 그 말에 약간의 충격을 먹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 말을 이렇게 블로그에 적고 있는 지금 상황이 참... 괜찮아. 아직은 애니메이션과 2차원 그림과 소통하지 않고 있으니까... 혼잣말은 많이 늘었지만 괜찮아! 아직은!! 크흡.

뭐 이렇게 방만한 생활 중인데, 문제는 그냥 아예 밤에 깨 있고 낮에 자자!!라고 결심했어도 지금도 잠이 쏟아지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설 음식 할 때 안구에 약간의 화상을 입었던 건지(전 부치기 담당이었음) 단순히 수분 부족인 건지 모니터를 오래 보고 있기가 힘들다. 그림 그리기가 매우 힘들다고 해야하나... 나름 성실하게 매일 그림 그리고 있었는데 갈수록 눈이 더 아파와서 최근 몇 일은 그냥 포기하고 자고 있다.

아놔... 아침형 인간은 신이 내린 건가 아니면 그 사람 자체가 신과 동급인 건가... 여하간 눈만이라도 돌아오면, 아니다, 생체시계가 어떤 방식으로든 리듬을 타줬으면 싶다. 참고로 난 안경만 없어도 잠이 쏟아지므로, 아마 눈이 제역할을 하기 시작하면 나름 잠도 덜 오지 싶다. 안경 알을 새로 맞춰야 하려나...

내일부턴 모니터 말고 그냥 크로키북에라도 그림을 그려야 겠다.
2월에는 잡지떼기를 이어 하고, 홈페이지 만들기 연습과 복식 연구에 돌입할 계획인데... 8일 오기 전까지는 정신을 차려야지.

서울에 검사하고 왔음

소장 조영술 검사를 하기 위해 어제 서울로 올라가 오늘 내려왔다.
이 소장 조영술 검사를 처음 접했던 건
작년, 아니 재작년에 병원에 입원하면서였다.
그때는 한참 소장 상태가 안 좋을 때였고,
대장내시경, 위내시경으로도 아무런 이상을 발견해내지 못한 상태,
그리고 초음파검사를 통해 복수가 매우 더러워지고 이물질이 떠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였다.
약 2주간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한 상태로 있다가 이 검사로 내 병명을 알게 됐었는데,
사실 검사 받으면서 내 심리상태는 별로 기억나지 않지만 딱 하나 기억에 남는 존재가
바로 조영술 검사를 위해서 먹어야하는 조영제이다.
얼핏 겔포스인 듯한 모습에 흰색 포스터칼라를 풀에 섞은 듯한 모습과 식감을 가지고 있다.
그때는 자판기에서 쓰는 종이컵 사이즈에 딱 4컵 분량을 먹었고 그 맛은 솔직히 기억나지 않았다.
말했다시피 2주간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해서
뭐든 입으로 들어오기만 한다면 얼씨구나 하고 넘길 기세였었고,
솔직히 상태가 영 안 좋았어서 뭔 맛인지도 몰랐던 거 같다.
코를 막고 4컵 분량의 그 허옇고 걸쭉한 액체를 삼키는데,
분명히 그때 검사보조사께서 "자, 딸기맛 나는 액체에요. 쭉- 들이키시면 됩니다. 쭉-쭉-" 이랬었다.
그래서 난 뭔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딸기맛인가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평균 2시간에서 4시간이 걸린다는 이 검사는 조영제가 소장에 그득하니 찰 때까지 걸리는 검사인데,
그때는 7시간 반 정도 걸렸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소장 조영술 검사에 있어서는 최장시간기록환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위의 기억과 많이 차이나는 상황을 겪었다.
우선 시간은 1시간 반으로 모르긴 몰라도 조영술담당자와 검사보조사들이 깜짝 놀라 소리지르는 걸 들었었고,
(너무 빨리 내려가서 놀란듯 했다, 중간중간 확인차 X-ray를 찍음. 장길이70cm차이가 6시간의 차이인가여;;)
조영제를 담는 컵은 패스트푸드점의 콜라컵 사이즈로 변해있었다.
내가 마셔야만 했던 양은 우선 2컵 원샷을 시작으로 20분에 한번씩 3잔을 더 들이켜야 했고(강조하지만 콜라컵 사이즈),
거기다 서비스로 조영제를 아래로 꾹꾹 눌러줄 가스를 생성하는 가루약 두 봉지를 먹었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차이나는 점은,
아니 예전에 정확히 느끼지 못했으므로 차이가 난다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을진 몰라도
그 조영제는 절대로, 절.대. 딸기맛이 아니었다.
망할... 아무리 제정신 아닌 상태인 환자라고 해도 구라를 치다니...
그게 어디가 어떻게 딸기맛이야!!
심지어 딸기 비슷한 맛도 아니었음.
딸기 우유 근처도 가지 못함.
솔직히 겔포스는 그 걸쭉함 속에 감춰진 어딘가 모르게,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 은근한 시원함이라도 선사하지만
이건 그냥 무맛, 無맛임. 시원함 이딴 거 없음. 자일리톨 함유 혹은 멘톨향 첨가 이딴 거 없음.
비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이 無맛에 걸쭉한 식감에 엄청난 양이 내 속을 거북하게 만들었다... 흑
차라리 싸이에 신동훈씨가 시도하던 요쿠르트 30개 동시에 먹기에 도전하겠음.
양으로는 뒤지지 않으리라 생각되는데-_-
아니, 내가 딸기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그게 딸기맛이 아니었대도 실망은 안 했을테지만
왜 거짓말을 하냐구요 이사람아!!
양이 늘어난 것에 대한 분노가 당신에게로 향하잖아!!!!!!-_-
새삼 생각난 거지만 정말 양이 너무 많았다... 크흡

그래도 이번에 좋았던 점은
조영제를 삼킨 중간중간 누워있던 침대가 너무 따땃했다는 점.
아니, 장판을 깐 것도 아니두만 병원 침대에 뭔짓을 한게야;ㅁ; 알럽♡
집에도 하나 장만하고 싶었다... 아흥.
그리고 베개도 모로 눕는데 적당한 높이였다.
오른쪽 어깨를 땅에 붙인 자세로 모로 누우면 속엣것이 더 빨리 내려간다나 뭐라나...
여하간 빤스말고는 환자복 한겹이 다여서 추울뻔 했는데 완전 안방마냥 즐기다 왔다.
그리고 옆 침대에 누워있던 어여쁜 처자 얼굴구경도 했고 흐흐흐흐흐흐
환자복 보니까 입원환자같았는데(무늬가 많이 다름) 가냘픈 몸매가 아흥-ㅂ-
난 솔직히 뼈대가 있는 편이라 아무리 살이 빠졌대도 가냘픈 느낌은 절대!네버!나지 않는데
이 처자는 가냘픔 그 자체였음. 건강이 안 좋다는 건 참 안타깝지만 예뻤음.
쾌유를 빕니다;ㅁ; 건강해지면 천만배 더 예쁠 것 같아요;ㅁ;

그나저나 서울에 잘 곳이 없어서 어제 올라가 병원 근처 찜질방에서 목욕하고 잤는데,
찜질방 너무 좋았다.
검사때문에 금식만 아니었으면 엄마랑 식혜랑 삶은 계란도 먹고 오는 건데;ㅁ;
하기사... 검사 아니었으면 찜질방에 갈 일이 없었겠구나.
에이... 다음에 삼천포에 있는 찜질방에 놀러가자고 해야지. 흐흐흐흐

다음주에 피검사, 정기검진과 동시에 검사결과를 알게 되는데
뭐, 절대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함. 배에 통증도 없고, 화장실 출입횟수도 줄었고, 소화능력도 괜찮은 듯하므로.
스트레스 받지 말라니까
크리미널 마인드를 보며 쉬엄쉬엄 즐거이 살아야지.

근데 내 방 형광등불은 언제 들어오나요 아부지이이이이...;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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