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얘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2.04 요즘은 방만한 생활 중
  2. 2009.01.14 서울에 검사하고 왔음

요즘은 방만한 생활 중

나름 건강한 생활을 하고자 결심하고 바뀐 낮·밤을 되돌리려 노력했드랜다.
계획상으로는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엄마와 함께 근처 각산을 오르고(왕복 1시간 가량)
8시 즈음해서 아침을 먹은 뒤 활기찬 생활을 시작하여
1시 점심, 6시 저녁을 먹고 사이 사이에 작업을 열심히 한 뒤 딱 밤 10시에 취침에 드는...
딱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생활말이다.
더군다나 여긴 날 유혹하는 여타 무언가들이 없으니 이 계획이 지장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했다.

각산에 오르기 위해 일어나야하는 시각 6시 반은 내가 정한 게 아니다.
엄마가 5식구(간만에 큰오라버니도 나도 다 삼천포 집에 머무는 중) 밥을 챙기고 가게 문을 열기 위해서는
딱 그 시간밖에는 없는 것이다. 엄마 스케줄에 맞췄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어무이는 고혈압에 형제분들이 딱 1분 빼고는 당뇨시고, 비만이시므로 함께 오르려 한 것인데...
내가 핸드폰 알람에는 절대 일어나지 못하지만 딱 두 가지, 철종(?) 시계와 엄마 목소리에는 나름 빨리 일어나는 편이라(아부지 목소리, 오라버니들 목소리로 넘어가기 시작하면 효력이 매우 떨어진다) 별다른 일이 없는 이상에는 이 것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건만 예상 외의 복병이 있었다.
뭐랄까... 이것에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할 지 매우 고민이 된다만, '어머니의 사랑을 앞세운 방치'라고나 할까...
간단히 말해 이 못난 딸내미를 좀더 재우기 위해 깨우질 않으시는 거다.
아놔... 어머니... 그건 사랑이 아니라 방치에요!!라고 울부짖고 싶으나 어쩌겠는가.
더 자라고 그러셨다는데.
내 생각에도 내가 딱 제 시간에 일어나던가-_-싶기도 하고... 다만 나를 깨워주던 그 알람 시계가 어느 박스에 들었는지 못 찾는 상황일 뿐이고.
여하간 그래서 딱 첫날에 산을 1/3쯤 오르다 내려온 것을 마지막으로 등산계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방만한 생활과 관련된 문제는 나의 취침시간에도 있다.
낮 동안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하기 위하여 나름 12시 이전에 자려고 노력 중인데, 밤에 아무리 일찍 자더라도 아침을 먹고 나면 또 잠이 오고, 점심을 먹고 나면 또 잠이 오는 거다.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있는 시간이 저녁 먹기 1시간쯤 전부터 해서 새벽 1,2시쯤까지인데... 아무리 밤에 자도 낮에 또 자게 되는 현상이 몇일이 지나도 유지되는 걸 보아하니 아예 그냥 낮·밤 바뀐 채로 살아가는 게 나한테 더 맞는 건가 싶고 그렇다.
잠은 아무리 자도 또 오고 또 오고- 마치 불면증이 수시로 덮쳐오던 그 때가 거짓말처럼 지금은 차라리 기면증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쏟아지고 있다.
잠이 조절이 안 된다니 참 뭐라 말하기도 그렇고, 힘들다고 하기도 그렇고, 그냥 그렇다.

그리고 설을 맞고 함께 놀던 유미가 부산으로 돌아가버린 이후 집 밖으로 거의, 아니, 방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고 있다. 물론 함께 놀 사람이야 은지도 있지만, 은지도 집 밖으로는 잘 안 나오는 편이니... 고의는 아니지만 밥을 먹을 때와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는 방에 머무는 편이다. 이건 계속 잠이 쏟아지는 기현상과도 관련이 있긴 하지만... 밖에 나갈 일이 없다고 해야하나. 원래 나는 보금자리에 자리를 틀고 앉아 그 곳에서만 편안함을 느끼는 편인데, 그래서 한 자리를 고르고 그 곳에서 필요한 것들을 갖추는 작업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방을 결벽증 걸린 사람처럼 모두 정리정돈해야만 한다거나 매우 깔끔하게 해놓고 누군가 어지르면 미친듯이 화가 나는 그런 성격이라는 건 아니다. 외부인이나 내 물건이 아닌 것이 들어와 있을 때 거부감을 느끼거나 허락없이 내 물건에 손댈 때는 화를 내긴 한다만... 여하간 뭐, 이렇게 지내고 있다보니 큰오라버니가 마치 히키코모리 돌입 직전에 있는 사람에게 충고하듯이 "제발 밖에 좀 나가라."라고 오늘 아침 먹을 때 말했다는 거다. 그 말에 약간의 충격을 먹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 말을 이렇게 블로그에 적고 있는 지금 상황이 참... 괜찮아. 아직은 애니메이션과 2차원 그림과 소통하지 않고 있으니까... 혼잣말은 많이 늘었지만 괜찮아! 아직은!! 크흡.

뭐 이렇게 방만한 생활 중인데, 문제는 그냥 아예 밤에 깨 있고 낮에 자자!!라고 결심했어도 지금도 잠이 쏟아지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설 음식 할 때 안구에 약간의 화상을 입었던 건지(전 부치기 담당이었음) 단순히 수분 부족인 건지 모니터를 오래 보고 있기가 힘들다. 그림 그리기가 매우 힘들다고 해야하나... 나름 성실하게 매일 그림 그리고 있었는데 갈수록 눈이 더 아파와서 최근 몇 일은 그냥 포기하고 자고 있다.

아놔... 아침형 인간은 신이 내린 건가 아니면 그 사람 자체가 신과 동급인 건가... 여하간 눈만이라도 돌아오면, 아니다, 생체시계가 어떤 방식으로든 리듬을 타줬으면 싶다. 참고로 난 안경만 없어도 잠이 쏟아지므로, 아마 눈이 제역할을 하기 시작하면 나름 잠도 덜 오지 싶다. 안경 알을 새로 맞춰야 하려나...

내일부턴 모니터 말고 그냥 크로키북에라도 그림을 그려야 겠다.
2월에는 잡지떼기를 이어 하고, 홈페이지 만들기 연습과 복식 연구에 돌입할 계획인데... 8일 오기 전까지는 정신을 차려야지.

서울에 검사하고 왔음

소장 조영술 검사를 하기 위해 어제 서울로 올라가 오늘 내려왔다.
이 소장 조영술 검사를 처음 접했던 건
작년, 아니 재작년에 병원에 입원하면서였다.
그때는 한참 소장 상태가 안 좋을 때였고,
대장내시경, 위내시경으로도 아무런 이상을 발견해내지 못한 상태,
그리고 초음파검사를 통해 복수가 매우 더러워지고 이물질이 떠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였다.
약 2주간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한 상태로 있다가 이 검사로 내 병명을 알게 됐었는데,
사실 검사 받으면서 내 심리상태는 별로 기억나지 않지만 딱 하나 기억에 남는 존재가
바로 조영술 검사를 위해서 먹어야하는 조영제이다.
얼핏 겔포스인 듯한 모습에 흰색 포스터칼라를 풀에 섞은 듯한 모습과 식감을 가지고 있다.
그때는 자판기에서 쓰는 종이컵 사이즈에 딱 4컵 분량을 먹었고 그 맛은 솔직히 기억나지 않았다.
말했다시피 2주간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해서
뭐든 입으로 들어오기만 한다면 얼씨구나 하고 넘길 기세였었고,
솔직히 상태가 영 안 좋았어서 뭔 맛인지도 몰랐던 거 같다.
코를 막고 4컵 분량의 그 허옇고 걸쭉한 액체를 삼키는데,
분명히 그때 검사보조사께서 "자, 딸기맛 나는 액체에요. 쭉- 들이키시면 됩니다. 쭉-쭉-" 이랬었다.
그래서 난 뭔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딸기맛인가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평균 2시간에서 4시간이 걸린다는 이 검사는 조영제가 소장에 그득하니 찰 때까지 걸리는 검사인데,
그때는 7시간 반 정도 걸렸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소장 조영술 검사에 있어서는 최장시간기록환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위의 기억과 많이 차이나는 상황을 겪었다.
우선 시간은 1시간 반으로 모르긴 몰라도 조영술담당자와 검사보조사들이 깜짝 놀라 소리지르는 걸 들었었고,
(너무 빨리 내려가서 놀란듯 했다, 중간중간 확인차 X-ray를 찍음. 장길이70cm차이가 6시간의 차이인가여;;)
조영제를 담는 컵은 패스트푸드점의 콜라컵 사이즈로 변해있었다.
내가 마셔야만 했던 양은 우선 2컵 원샷을 시작으로 20분에 한번씩 3잔을 더 들이켜야 했고(강조하지만 콜라컵 사이즈),
거기다 서비스로 조영제를 아래로 꾹꾹 눌러줄 가스를 생성하는 가루약 두 봉지를 먹었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차이나는 점은,
아니 예전에 정확히 느끼지 못했으므로 차이가 난다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을진 몰라도
그 조영제는 절대로, 절.대. 딸기맛이 아니었다.
망할... 아무리 제정신 아닌 상태인 환자라고 해도 구라를 치다니...
그게 어디가 어떻게 딸기맛이야!!
심지어 딸기 비슷한 맛도 아니었음.
딸기 우유 근처도 가지 못함.
솔직히 겔포스는 그 걸쭉함 속에 감춰진 어딘가 모르게,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 은근한 시원함이라도 선사하지만
이건 그냥 무맛, 無맛임. 시원함 이딴 거 없음. 자일리톨 함유 혹은 멘톨향 첨가 이딴 거 없음.
비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이 無맛에 걸쭉한 식감에 엄청난 양이 내 속을 거북하게 만들었다... 흑
차라리 싸이에 신동훈씨가 시도하던 요쿠르트 30개 동시에 먹기에 도전하겠음.
양으로는 뒤지지 않으리라 생각되는데-_-
아니, 내가 딸기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그게 딸기맛이 아니었대도 실망은 안 했을테지만
왜 거짓말을 하냐구요 이사람아!!
양이 늘어난 것에 대한 분노가 당신에게로 향하잖아!!!!!!-_-
새삼 생각난 거지만 정말 양이 너무 많았다... 크흡

그래도 이번에 좋았던 점은
조영제를 삼킨 중간중간 누워있던 침대가 너무 따땃했다는 점.
아니, 장판을 깐 것도 아니두만 병원 침대에 뭔짓을 한게야;ㅁ; 알럽♡
집에도 하나 장만하고 싶었다... 아흥.
그리고 베개도 모로 눕는데 적당한 높이였다.
오른쪽 어깨를 땅에 붙인 자세로 모로 누우면 속엣것이 더 빨리 내려간다나 뭐라나...
여하간 빤스말고는 환자복 한겹이 다여서 추울뻔 했는데 완전 안방마냥 즐기다 왔다.
그리고 옆 침대에 누워있던 어여쁜 처자 얼굴구경도 했고 흐흐흐흐흐흐
환자복 보니까 입원환자같았는데(무늬가 많이 다름) 가냘픈 몸매가 아흥-ㅂ-
난 솔직히 뼈대가 있는 편이라 아무리 살이 빠졌대도 가냘픈 느낌은 절대!네버!나지 않는데
이 처자는 가냘픔 그 자체였음. 건강이 안 좋다는 건 참 안타깝지만 예뻤음.
쾌유를 빕니다;ㅁ; 건강해지면 천만배 더 예쁠 것 같아요;ㅁ;

그나저나 서울에 잘 곳이 없어서 어제 올라가 병원 근처 찜질방에서 목욕하고 잤는데,
찜질방 너무 좋았다.
검사때문에 금식만 아니었으면 엄마랑 식혜랑 삶은 계란도 먹고 오는 건데;ㅁ;
하기사... 검사 아니었으면 찜질방에 갈 일이 없었겠구나.
에이... 다음에 삼천포에 있는 찜질방에 놀러가자고 해야지. 흐흐흐흐

다음주에 피검사, 정기검진과 동시에 검사결과를 알게 되는데
뭐, 절대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함. 배에 통증도 없고, 화장실 출입횟수도 줄었고, 소화능력도 괜찮은 듯하므로.
스트레스 받지 말라니까
크리미널 마인드를 보며 쉬엄쉬엄 즐거이 살아야지.

근데 내 방 형광등불은 언제 들어오나요 아부지이이이이...;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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