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왜 하필 나일까-라는 누구도 답해줄 수 없는 질문부터,
사소한 것에도 나 자신을 탓하게 되는 자학까지.
신체적 아픔이라는 것은 나의 의식이 아무리 하늘을 날고 있어도
결국 난 땅위에 처박혀 있는 한없이 작은 존재임을 매 순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무엇을 해도 안 될 것 같았고, 언제나 내 등 뒤에 도사린 죽음이란 존재가 금방이라도 날 덮칠 듯 했다.
도망칠 곳을 찾아다녔다.
날 구해줄 존재를 구걸하며 다녔다.
눈에 보이고, 나의 이성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것 외에는 받아들이지 않던 내가
신이라는 존재가 부디 이 세상에 있길 바라고 바랬다.
결국 모두 실패한 것들이었으나...
그래도 내 안의 그릇은 넓어져 있음을, 내가 눈물자욱에 패인 만큼 남들을 받아들일 공간은 더 넓어졌다고 믿으며
이 작은 사실 하나에 감사하기로 마음 먹었다.
최근에 '왓칭'이라는 책을 하나 읽었다.
만약 내가 중고등학생이었다면 그저 흘려 읽었을, 과학을 근거로 한 자기계발서 정도로 볼 수 있을 책이다.
'시크릿'류의 책을 가장 증오하던 내가,
예전의 나였다면 정말로 가벼이 여겼을 내용들로 인해
지금, 살아있음을 감사히 여기고 있다.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의 최소단위 미립자는 관찰자의 존재 유무에 따라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즉, 관찰하는 사람의 의식에 따라 영향을 받아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나를 이루는 이 몸의 최소단위도, 나의 생각인 뇌파를 구성하는 최소단위도 이 미립자이다.
괴롭기만 하던 이 몸도 사실은, 나를 관찰자로 상정한다면 나의 의식에 따라 바뀌어 움직이는 것이다.
그냥 바라기만 하는 것과는 다른 과정일 것이다.
내 몸을 알고 이해하고 바라보아야할 것이다.
그리고 말은 쉽지만 그 과정이 아마 그리 간단하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지금 너무나 감사하고 구원받은 기분이다.
양자물리학 속 '이중슬릿실험'이라는 것의 내용을 통해 우주를, 이 세상을, 나를 처음 발견하게 되었다.
아마 앞으로 나의 종교는 우주가 될 것 같다. 교리는 양자물리학, 혹은 양자심리학 정도가 되려나...
너무나 감사한 밤이다.
참고로, 내가 그토록 증오하던 '시크릿'은 정말로 시크릿이었나보다.
그리고 사실 미신도 미신만은 아니다.
앞으로 공부하고 싶은 것.
양자물리학, 양자심리학, 철학, 디자인원리, 인체해부학, 노래, 춤, 유화, 영어, 한자, 불교, 명상.
최근 첫회사였던 알트원을 나와 네오플에 입사하였다.
나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고 채워서 넘치게 만들어 보고 싶다.
원하고 바라던 기회가 주어져서 너무나 감사하다.